경건교리(2)-존 칼빈의 경건에 관하여(John Calvin, 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1. 이 위대한 저술의 목적과 관련된 경건교리

** 칼빈이 1559년 마지막 정정 증보판에 부치면서, 이 책을 쓰는 마음의 자세와 의도가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겨울 사일열(학질의 일종)에 걸려 죽음의 날이 임박했다고 생각되었을 때, 나는 병세가 악화되면 될수록 더욱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이 책을 저술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나님은 나의 마음이 정열로 차고 넘치게 하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공익을 증진시키는 일을 하게 하셨다. 그리고 내가 교회에서 교사의 직책을 맡은 이후 순수한 경건의 교리를 보존하여 교회를 유익되게 하는 것 외에 어떤 다른 의도도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양심적으로 떳떳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또 천사도 증인이 되어 주실 것이다."

또한 1536년판 기독교 강요 첫머리의 "프랑스 왕에게 드리는 글" 에서 다음과 같이 저술 목적을 밝히고 있습니다.

"폐하시여! 내가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하였을 때에는 후에 폐하께 드릴 수 있는 책을 쓰겠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가지지 못하였나이다. 나의 의도한 바는 다만 기초적인 원리들을 약간 기술하여 종교(기독교를 말함-필자 주)를 탐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참된 경건의 특질이 무엇인가 함을 배우게 하려는 데 있었나이다."

2. 존 칼빈의 경건교리

칼빈은 기독교강요 제1부에서 가장 먼저 '창조주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논합니다. 물론, 칼빈의 하나님 앎은 철저히 성경의 계시적 관점에서 시작되는데, 제1장-하나님에 관한 지식과 우리 자신에 관한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 이 둘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와 제2장-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무엇이며, 이 지식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하는 가운데, 인간이 하나님을 알아감에 있어서 그의 중심과 태도에 있어서 '경건'이 하나님에 관한 지식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그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1) 경건은 하나님에 관한 지식의 필수 조건이다.

내가 알기에는, 하나님에 관한 지식은 하나님의 존재를 생각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것이 곧 그의 영광에 얼마나 유익하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사실 바로 말해서 종교(religion, 여기에서는 기독교를 말함-필자 주) 혹은 경건(piety)이 없는 곳에 하나님에 관한 지식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각주참조).

<각주1> Pietas, 경건은 하나님께 대한 경외와 사랑이 복합된 것으로서, 하나님께 관한 참된 지식의 전제 조건임을 칼빈은 즐겨 강조한다. "참된 경건의 요지는 하나님의 심판을 기꺼이 피하는 두려움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사랑하고 그를 주님으로 참되게 경외하며, 그의 공의를 용납하고, 또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을 죽는 것보다 더 두려워하는 순수하고 참된 열심에 있다." (Instruction in Faith, 1537)
<각주 2> 기독교의 본질과 정의를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라고 한다면, 칼빈에게 있어서 그러한 종교를 낳게하는 실재가 바로 경건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박헌준, 2024).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는 그를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모든 선의 근원이시며, 그 분 밖에서는 아무것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신하지 않는 한, 단순히 하나님을 경외와 찬양의 대상으로 주장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이 창조하신 우주를 무한하신 권능으로 유지하시며, 지혜로 그것을 다스리시며, 자비로 참으시며, 보호하심으로 지켜 주실 뿐만 아니라, 지혜, 빛, 의, 권능, 공의, 참된 진리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으로부터 흘러나오지 않은 것이 없으며, 하나님을 그 원인으로 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그에게서 기대하며, 그에게서 찾으며, 또한 이미 받은 것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그에게 돌리기를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하나님의 능력을 의식하는 것은 종교를 낳게 하는 경건을 우리에게 올바로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경건'하나님에 대한 경외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결합된 것을 말하는데, 이 사랑은 그의 은혜를 깨달아 앎으로서 오는 것이다.